역사 칼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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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 김종욱(2003-01-31 22:41:59, Hit : 4802, Vote : 878
 펌)단재 신채호선생님과 술(의미있고 흥미있음)


술(원제: 못 먹을 음식)


여보 세상에 별 이상한
음식도 다 있습데다.
달기는 꿀 같고 독하기는
비상 같으며 시원하기는
얼음 같고 모지기는 뿔 같으며
칼이 아니건만 창자를 끊고
여색이 아니건만 정신을 홀려

귀 밝은 자가
먹으면 귀가 어두우며
눈 밝은 자가
먹으면 눈이 어두우며
성한 자가 먹으면
미친 사람이 되어
몸은 반푼 기력도 없고
마음만 인왕산 만치 커져서
남대문이 개구녁만 하여 지며
탁지가 한푼으로 보이고
육대주 각국이 다 소들하게 보여
일 마다 낭패만 하고
얼굴이 무단이 수척하며
남과 시비하기를 즐기며
아비가 아들을 몰라보며
아들이 아비를 물라보며
형이 아우를 몰라보며
아우가 형을 몰라보며
존장인지 친구인지 세상인지
마상인지 다 몰라 보고
항우 같은 장사라도
이 음식만 먹으면
댕당이에 걸려서 넘어지며
석숭 같은 부자라도
이 음식만 좋아하면
쪽박 차고 나가나니
참 이상한 음식이오.

이 음식 이름은 국문으로
쓰자면 술이라 하며
한문으로 쓰자면 주라하고
그 종류를 분별하여
말하자면 탁주니 약주니 소주니
과하주니 신청주니 국화주니
송엽주니 포도주니 하는데
나는 그렇게 부르지 않고
다만 못 먹을 음식이라고만
이름 지어 부르나이다.

딱하다
일종 어리석은 사람들이여,
밥도 싫고 떡도 싫고
매일 어디가서
못 먹을 음식만 먹어
곤드래 만드래 취하고
가장 잘난 듯이 우선
제집 문간에 들어서며
나 술 취하였다
한마디 버럭 지르고
죄 없는 자식 치기
가만히 앉은 아내 꾸짓기
짓지 않는 개 패기
잠 잘 자는 아이 깨우기
말 못하는 그릇 부수기
일 잘하는 고용 내쫓기
이렇게 독장 치다가
슬프지 아니한 울음으로
애고 지고 하며 방성대곡하다가
썩은 나무 쓰러지듯
평상 위에 탁 쓰러져서
한숨 자고 깨어 보니

허무하다 내일이여
내가 미쳤던가 실성하였던가
그게 다 무슨 짓이던가
면경(거울) 내어 얼굴 보니
노란 모양 참혹하다 내 다시는
술 아니 먹으리라 맹세하나
웬걸 그 이튿날 또 그리하며
또 그 이튿날 그리하여
그리 저리 일평생을 보내나니
애석하다 술 좋아하는 사람이여
먹을 음식은 아니 먹고
못 먹을 음식만 좋아하니
웬일이오.

기자가 어떤 친구 한분이 있더니 술로 부유한 세간 살이를 점점 탕진할 지경에 이르니 돌연 회개할 마음이 났던지 하루는 벽 위에 크게 맹세를 써 붙처 가로되 "다시 술 먹는 놈은 개 아들 쇠 아들이라" 하더니 명일 아침에 일어 앉아 이리 저리 배회하며 입맛만 적적 다시다가, 붓을 빼어 그 맹세 쓴 안에다 다시 더 쓰기를 "그러나 아침 석잔은 불가불이다"하고 술 가져오라고 어떻게 야단 첬던지 그 아들이 간망을 잡혀 술을 받아 온데 석잔 먹더니 또 석잔 먹자 여섯잔 먹더니 또 여섯잔 먹자 먹자 먹자 부어라 부어라 먹자 하다가 대취한 후에 벽에 다시 써 가로되 "패가 하기 겁나서 술 못 먹는 놈도 개 아들 쇠 아들이다"하더니 그 사람이 필경 술로 패가하고 술로 요사하더이다.

애석하다 술 즐기는 사람이여 이사람은 엇다 비유할고 가령 비유하면 성성이와 한가지라.
성성이란 짐승은 서촉국에 있는데 산 잘 타고 잘 달아나고 또 사람 같이 말하는 짐승인데 그 터럭으로 붓 매고 그 피로 병풍에 칠하면 다 값이 많이 나간다. 그러나 산 잘타고 잘 다니는 성성이를 어찌 잡느뇨. 대저 성성이 잡는 법이 심히 용이하니 어찌하여 용이하뇨 하면 성성이가 술을 좋아하는 연고라.
성성이 왕래하는 길에 술 독을 파 묻고 그 곁에 나막신을 쌓아 놓으면 성성이 떼가 지나가다가 술 냄새를 맡아 보고 크게 웃어 가로되 "요런 간특한 놈들 보시오. 우리 술 좋아하는 줄 알고 우리 왕래하는 길에 술 독을 묻어 우리가 행여나 술을 먹어 취하거든 잡으려 하는도다. 어야 어서 가자"하고 정신 없이 달아나다가
수십보를 못가서 한 마리가 돌아 보며 왈 "세상 사람 놈들 하는 일이여 생각할 수록 가통하도다.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겁내어 달아 날 것이야 무엇이 있나뇨 술이나 가서 조금 맛만 보고 가자."
한 마리가 이말을 하매 여러 마리가 고개를 끄덕 거리며 "왈 옳소 그말이 옳소 그말이 옳소 우리가 이렇게 달아나는 것 보다 우리가 술을 조금 먹고 가면 우리 속이려던 사람이 도리혀 우리에게 속음이니 엇지 묘하지 아니하뇨."하고 돌아와 술을 조금 조금 맛 보다가 정신 없이 취하여 곁에 쌓어 논 나막신을 나누어 신고 꼼짝 못하다가 필경 사람에게 잡히나니
슬프다 술 좋아하는 사람이여 금수와 같도다. 그러나 성성이의 신후에는 그 털로 만권 서책을 써서 후인의 지식을 넓히며 그 피로 꾸민 병풍은 값이 한량 없이 나가 나니 성성이 술 좋아함은 오히려 가 하거니와 술 좋아하던 사람 신후에는 굶어 죽는 부인이며 빌어 먹는 자식이요 또 그해가 사회에까지 미쳐 남의 집 자손까지 버릴지니 어찌 깊이 경계하지 아니리오.
혹은 왈 "남자가 되어 불가불 한두잔 술을 먹을지라 하나, 한 두잔이 성성이 술 맛 보는 것이니 부디 곧이 듣지 마시오. 술 끝은 하우씨도 옹문산만 뚤었나이다."
또 혹은 왈 "술을 적당하게만 먹으면 몸이 대단히 리하다" 하나 근세 명의의 말에는 술에 뇌에 정신을 상한다 몸에 온도를 감한다 하고 리됨은 말하지 하니 하였으며 영국에 어떤 명사가 말하기를 "술파는 자는 병 파는 자며 간난 파는 자며 음란 파는 자"라 하였으니 술 파는 자의 죄가 이러하거든 하물며 술 먹는자의 죄야 어떻하겠나뇨?
우리 가정잡지를 사랑하여 보시는 이들이여 술 못 먹는 이는 술 가까이 하실 생각 말으시며 술 먹는 이는 술 끊을 생각하시와 평화 행복 누리는 가정 되기로 주의 하심을 바라노라.


기자주: 신채호선생이 95년전에
가정잡지에 발표한 평론임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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